꼭 제주도가 가고 싶어서 제주도를 간 건 아니고, 어딘가를 가야 할 때가 왔는데 집에 있질 못해서 제주도를 갔다.
시간이 없을 리가 없다. 주말까지 껴서 3일이라니 그럴 시간이 없을 만큼 바쁜 사람이 아니라는 거다. 다만 조정이 언제 될지 몰라서 예약이 힘들 뿐.
”그海제주” 라는 게스트 하우스에 가보자. 라는 이야기를 한지 몇 주가 지난 시점이었고, 렌트카다 비행기표다는 중간중간 웹사이트들에서 확인할 수 있었으니까 좀 급하게 가더라도 1-2만원 더 내서 표를 확보하면 된다는 생각이었다.
그海제주의 예약확인은 오케이!
그海제주는 언제 팔로하고 있는 지도 모르는 사이에 알게된 트친-정재선-님이 지난 12월에 오픈한 게스트하우스인데, 위의 사진에서 협재 바다가 보이는 건 거의 게스트하우스에서의 사진이다. 자세한 설명은 여기 http://blog.naver.com/theseajeju 에서 보면 되겠고 개인적인 느낌이라면
- 게스트 하우스 라고 해서 속으면 안된다. 사진에서 보듯이 펜션 혹은 호텔삘이다.
- 조용히 쉬고 올 사람들이 모이는 듯? 나는 미친듯이 술을 마시고 떠들면서 스트레스를 발산하리라 하신다면 패스
- 방구석에서 느즈막히 일어나서 협재바다를 보고 씻고 어슬렁거릴 사람이라면 추천
그리고 집짓는 사람으로서의 사족
- 설비와 자재가 당신 집 보다 좋을 가능성이 많다. 싼 재료들로 아껴서 열심히 만든 DIY느낌의 숙소는 아니고, 어느 것도 싸구려를 쓴 느낌은 없다.
- 수지타산이 맞나? 할 정도로 비워둔 공간이 많아서 넉넉하다. 아직 채우지 못한 것이 아니라 비워둔 것이다.
- 집주인의 수건정리가 좋다! 심지어 욕실용 발깔개도 제공
- 천정이 높아서 서늘한 기분이었지만, 단열/샷시 등은 제대로. 방안에 있는 라지에이터를 틀었다가는 자다 깨서 한번 꺼야 할 정도이다.
둘째날 저녁엔 맥주를 먹다가 혹시 괜찮으시면하고 주인장님을 불러다가 제주도에와서 머물고 사는 이야기가 어찌나 재미가 나던지 밤늦게까지 -결국은 맥주를 다 먹었기 때문에- 폐를 끼치고 왔다는 이야기다.
렌트카는 쿠팡인지 티몬인지를 통해서 좀 싼걸 빌렸다.
망했다, 대우의 오래된 똥차를 빌렸다. 차종도 기억이 안나지만 백밀러는 욕실유리 같은 걸 끼웠는지 상이 2중으로 맺히고, 방항제 냄새는 머리를 지끈거리게 만들어서 첫째날은 하루종일 창을 내려놓고 달렸으며, 그 냄새가 없어지자 이제 담배냄새가 심하게 나기 시작했다. 렌트카 회사가 잘못했겠느냐 하면 그건 아닐 수도있지만 일단 뽑기가 망했다. 뭐 이틀 탈거니까 하고 참을 만한 레벨보다 조금 아래였다.
먹은 것들. 예전에 어디가 맛있었는데 하면 그냥 거길가고. 새로운 곳들은 약간 실망이었다. 실망이었던 이유가 조금 엉망인데 제주도를 와서 제주도 다운것들을 먹었으면 될 것을 서울에서 막 공수해온 외국삘+일본의 서비스을 기대할 때 실망이었던 것이다.
겨울의 제주에 가는 이유가 뭐겠는가? 그냥 조용히 바다를 보고 먹을걸 좀 챙겨먹고 어슬렁대다 오면 되겠다 싶어서 떠난거였고, 조용한 게스트하우스에서 조용히 있다왔다.
특별히 힘든거라고 해봤자 출발시간이 좀 빨랐다는 점 그리고 돌아오는 날 날씨가 너무 좋았다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