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11시의 슈퍼에서

내가 사는 중심가에서 꽤나 떨어진 위성도시 같은 베드타운에 살고 있으면 오전11시에 길거리를 어슬렁 거리는 성인남성 같은건 꽤 드문 존재가 되고만다.

물론 오전 11시의 이 동네의 인구밀도라는건 집에서 역까지 10분간 자전거를 타도 자동차 이 외의 걷고 있는 인간은 두 세명뿐 이라는 정도지만. 특히 은행 업무를 보거나 슈퍼에서 오늘은 어느나라 돼지고기를 사먹어야하나 같은 걸 고민하고 있는 수염을 기른 남자 같은 존재는 오렌지 쥬스를 마시다가 오렌지의 건더기가 걸려나올 정도의 확률이라서, 웬지 한심한 존재가 되어버린 느낌이다.

chirasi

”전형적인” 이라는 이름으로 저녁즈음에 양복을 입고 지친 표정으로 슈퍼문을 닫기 직전에 뛰어들어가서 허겁지겁 오늘의 떨이가 되어버린 30%할인 고기 같은걸 먹는 것도 (물론 그런 일은 없었습니다만) 너무 ”전형적”이자니까 이대로의 생활도 괜찮은데 말이다.

좀 더 도심에 나가서 살면 낮시간 슈퍼에서 고로케를 고르고 있어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한다. 튀긴두부라거나 혹은 사과를 2알만 사도 ”아 그런건가” 라고 자기 멋대로 이해해 줄 것 같은 기분도 들지만, 사실 그런 동네에 살면 밤에 사도 되니까 전혀 그런 걱정은 없지만 말이다.

아직 슈퍼 찌라시를 열심히 살피고 오후 4시의 타임세일 시간에 맞춰서 생활을 바꿀만큼 시골생활에 ”찌들지” 않아서, 한편 다행이다 싶기도 하지만, 누가 이 붉은 찌라시를 이해하고 사고 있는가? 가 궁금하기도 한 점심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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