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없는 이야기

약간은 어두컴컴한 부엌의 큰 테이블에서 어른세명은 잘 보이지도 않는 도면의 작은 글씨들을 보고있었다

 

 “몇가지 옵션의 부엌을 생각하고 결정을 하자, 마감은 어떻게 할지 ㄷ자로 할지 11자로 할지..”

정도의 이야기가 오갔다. 그나마 적극적인 레이아웃의 변형이라면(아래 사진왼쪽의 모형)

“길고 큰 주방을 부엌가운데 아일랜드겸 놓고 뒤에는 장들로 채우면 어떨까요? “

라거나 정도의 이야기들….그런 이야기를 현장과 같은 아파트의 윗층에서 어른 세명이 어두컴컴한 부엌 테이블에 앉아서 몇번이고 하고 있었다.

거실은 쇼파가 놓여져있어서 티비를 볼때라면 모르겠지만 자료들을 놓거나 커피를 마시면서 이야기하기에는 불편했고 서로의 거리도 멀었다.

집의 중심이 부엌으로 맞춰져 있는 생활에 아이들도 어린이집에서 돌아오면 부엌의 어른들이 이야기하는 곳 주변을 맴돌았으니까 부엌에 벤치를 놓는다거나 환경을 개선해야하는 건 사실이어서 지금의 큰 테이블을 거실쪽으로 옮길 생각을 했다.  거실쪽에 큰 테이블을 놓고 벤치나 수납함으로 바닥을 높이자거나 하는.

그런데 식탁겸 테이블을 거실이 두자고 보니 부엌과 거실의 주생활 공간 사이의 거리는 더욱 멀어져서 “부엌떼기” 는 정말 부엌에서 벽보고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는 상황이 오는거다.

그래서 나온 결론이 부엌도 거실로 들고가자 밝고 넓은 곳에서 모두가 같이 모여있자. 라는 이야기가 된 것이다

 

그래서 이야기는 돌고 돌아 결국은 가장 원론적인 부엌이 가장 밝고 넓은 곳에 있어야하는 것이 아닌가?? 라는 결론으로 거실로 부엌을 옮기게 된다.

그럼 그 부엌의 크기가 라거나 수납이 라거나 하는 건 부수적인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부엌이 어둡고 좁은 공간에서 밝고 넓은 집의 중심으로 이동했다 라는 것으로 충분히 생활이 바뀌었으니까

아파트에서 건드릴 수 없는 부분이라면 기본적인 구조벽, 그리고 공용부와 연결되는 부분들이다.

그리고 그레이존에 있는 부분이 설비.  공동주택인 만큼 다른 가구에 피해가 가지않는 범위에서 설비의 교체와 이동이 가능하다고 생각했을때 역시 그 코어는 역시 부엌과 화장실

“도배 장판만 했다.” 고 이야기하는 겉의 마감재를 바꾼다거나 문을 바꿔단다거나 타일을 교체하는 작업들 이외에 공간을 나눈다거나 새로 정비하는 작업이라면 역시 가벽+파티션 정도가 아닐까 싶다

그런 의미에서 MIRO HOUSE에서의 부엌을 거실로 옮깁시다! 는 시작부터 난관이 예상되는 공사였지만 그렇게만 된다면 마감재의 제안 정도가 아니라 생활을 조금은 바꿔 갈 수 있는 제안이 되지 않았나 한다. 바꿀 필요가 없는 집들도 많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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