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허물다
살던 집을 허물고 새로운 집을 지어서 들어가는 건, 그냥 멀쩡한 이사와는 다르다.
장소는 지금 이곳 그대로이지만 새로운 공간이 들어선다는 큰 변화는 물론이고 붙박이 장들이 만들어지고 들어가는 수납량 같은 작은 변화도 생기게 된다. 없었던 주차장이 생긴다. 지금 가지고 있는 많은 것들을 아마 필요없겠지 하고 버리게 되고, 몸과 주변의 챙겨야 할 물건들을 가지고 임시로 빌린 집에서 몇달간 살게된다.
50년이나 살고있던 집이라면 버릴 것들은 더욱 많아진다. 버리고 싶지 않지만 버릴 수 밖에 없는 조카가 몰래 해놓은 낙서 같은 것들도 눈에 띈다. 오래된 사진이 벽장 구석에서 나오고, 지긋지긋했던 낡은 부엌도 이제 안녕이다.
위험해서 쓰지못했던 2층으로 가는 계단도 몇일 뒤면 뜯겨져 나갈테고, 어떻게든 비를 막아주었던 무거운 지붕도 헐려나갈거다. 집안에 남겨져 버려질 물건들이 5톤정도로 계산됐다. 55년간 비바람을 막느라 수고가 많았다.
4 comments
버리기 전에 방사능 체크해야지 암데나 버려도 되는가
쓰레기 분리수거 해봤자 다 한바구니에 가지고 가는거랑 똑같은겁니다
우와… 88년에 분양받아 들어와 집주인은 아니나 내가 일부 돌보고 있는
우리 집 발코니 어느 한구석인 거 같아 마음 무겁다…
오늘 녹음기양 (키 163cm) 의 입학식 갔다 내 고3 담임이 교장인 걸 발견
했다. 20년 돌아 다시 이 자리인 가 싶어 살짝 진취적이지 못한 인생 잠시
후회했다는…
ㅎㅎㅎㅎ 뭐 그동네에서 자리 잡을 수 있으면 그것도 괜찮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