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례식을 치르고 나서

지난주 목요일 밤에 갑자기 연락이 와서 목, 금, 토  3일간의 장례를 치르게 됐었습니다.

삼일장의 첫째 날.

사실 남의 장례식장에 가서 절을 하고 인사를 하고 하는 일들도 여엉 익숙지가 않은데,  가족 중에 장례식이라고 하는 건 아주 어릴 때가 아니고는 겪어본 적이 없어서 말입니다. 호상이었습니다.  아마..이런거지? 하고 한밤에 차를 몰았습니다.  도착해서 인사를 하고 첫날이라고는 하지만 자정에 가까운 시간이어서 그냥 그렇게 첫째 날이 지나갔습니다.

둘째 날.
검은색 옷을 입고 갔습니다. 이 정도면 되지 않나? 하고 말입니다. 그런데 다음 날 아침이 되자 여지없이 장례식장에서 빌려주는 그야말로 검은색의 커튼 천으로 만든 것 같은 그런 검은색이었습니다. 매트 블랙. 길이에 비해서 아주 넉넉하게 만들어져있어서 3일 내내 입는 동안 “츄리닝” 이라는 느낌이었습니다.  셔츠도 받아 입었지만 결국 제 셔츠로 바꿔입었습니다. 제가 입고 있던 검은 색에 아주 가깝다고 생각했던 양복은 같이 두고 보자 그냥  회색이었습니다.

삼일장이라고는 해도 첫째 날은 아주 늦은 밤. 그리고 마지막 날은 아침부터 발인이라 실질적인 손님을 맞을 시간은 하루 뿐이었습니다.아침엔 입관을 하고 점심부터는 서울에서의 회의에 참석해야 했습니다. 차를 몰고 서울로. 한두 시간 회의를 하고 다시 차를 몰고 가는 시간은 멍한 느낌이었습니다.  잠을 제대로 못 잤으니 잠이 오는 건 물론이거니와 아침을 대충 먹고 점심부터는 시간이 없어서 배는 고팠고, 참석한 회의도 써억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저녁 8시 다시 장례식장에 도착해서 대충 국에 밥을 퍼먹고 어쩌고 하는 사이에 밤시간이 됩니다. 얼굴만 겨우 알던 사이의 서먹함도 서로 힘드니 좀 나아지고, 새벽 시간이 되자 하나둘 가족실이라는 곳에서 잠이 들거나 손님이 더 이상 오지 않는 새벽 시간에는 탁자 옆에서도 자고 가까운 친척 집에 자러도 가고 그렇게 밤 시간을 보냈습니다.

셋째 날.
아침엔 몇몇 손님들이 오십니다. 그리고는 발인. 관을 들고 리무진의 뒷자리에 올립니다. 가족들은 미니버스를 타고 그 외에 사람들은 다른 차를 타고 장지로 향합니다.
10분쯤 걸리는 장지에 가기 전에 잠시 사시던 방엘 들렀다가 준비가 된 장지로 향했습니다.
포크레인은 얼음 땅을 움푹 파놓았고, 관을 내리고, 흙을 뿌리고, 그리고 모두가 밥을 먹고 차를 마시며 바람을 피하는 동안 포크레인이 다시 흙을 쌓았습니다.마무리는 삽으로, 겨울이라 잔디는 올리질 못했습니다만, 절을 두 번 하고 술을 뿌리고 다시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담담한 장례식이었습니다. 물론 저와 가까운 사람들이 슬퍼할땐 같이 울컥 하는 기분도 들기도 했습니다만 몇 번 뵙긴 했지만 제가 울고불고할 만큼 가까운 사이도 아니고 해서. 다만 장례식이라는 것이 가지는 큰 충격은 몇가지 생각을 하게 만들었습니다. 게다가 혼자서 차를 몰고 몇 시간씩 운전을 하게 되면 당연히 생각이라는 것을 하게 되는데 장례식을 왕복하고 있자면 자신의 생활에 대해서도 뭐든 담담하기도 하고 심각하기도 한 생각들이 들기 마련입니다.

좋은 곳에 가셔서 잘 쉬셨으면 좋겠습니다.

6 comments
  1. 뭐 또 제가 고생이랄 게 있습니까. 그냥 밀린 일들을 처리하고 있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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