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날씨가 미친듯이 좋았더랬습니다. 저 같은 히키코모리도 오늘은 꼭 나가서 놀아야겠다. 싶을 정도로.
일단 기본적인 주소지는 도쿄로 돼있지만, 그것도 상당히 시골에 살고 있는지라 저희동네에는 이런저런 시골스러운 풍경이 펼쳐지는데 오늘 특별히(인지 어쩐지 몰라도) 동물들이 나와놀고 꽃이 떨어지는게 아니겠습니까.
밖에 나가서 배를 채우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물가에서 놀고 있는 오리들을 만났습니다.
꽥꽥거리고 발을 버둥거리며 물살을 거슬러 올라가면서 물속에서 뭘 주워먹고 있는지 자꾸 부리를 물 속으로 집어 넣었다 뺐다하면서 ”바쁘니까 귀찮게 하지말라! ” 며 신경조차 쓰질 않더군요.
물론 저는 저대로 바빴습니다. 물에 낙엽이 쌓이는 걸 방지하기위한 그물이 있는 곳에 꽃잎이 쌓여서 빙글빙글 도는 소용돌이를 찍으려고 카메라를 꺼내지 않았겠습니까. 천천히 꽃잎이 빙글빙글 도는 걸 보고있으니 봄은 봄대로 한창이었구나 싶더란 말이죠. 물론 오리들은 저의 감상과는 상관없이 갈 길을 가고 있었습니다만.
아랫쪽의 물은 빠져나가고 윗쪽은 꽃잎이 쌓이면서 물이 소용돌이치고 있어서 더이상 꽃잎이 떨어지지 않는한 그자리에서 한 이틀은 더 돌아도 지치지 않을 정도의 속도로 천천히 꽃잎이 돌고있었습니다.
다음 코스는 동네 고양이. 저희 동네 고양이들은 도쿄의 고양이스럽지 않게 상당히 인간을 경계하는 편입니다만, 어찌된 일인지 이 놈들은 애매한 거리를 두고 도망을 가지도 않고 따라 오지도 않길래 먹이를 가져다 나눠줍니다. 오른쪽의 검은 물체1이 어린지 몸집이 좀 작은 녀석이 먼저 먹고 있으니 왼쪽의 검은물체 2 큰 놈도 어슬렁어슬렁 나타나서 나도 주는거잖소? 하고 한자리 차지하고 앉습니다.
집에 들어오자마자 저녁부터는 갑자기 강하게 내리는 비로 이제는 꽃이 어찌되었는지, 오리는 먹을건 다 먹었는지, 고양이들은 어디로 잘 피해있는지 모르겠습니다만 봄은 또 그렇게 지나가는가 봅니다.
10 comments
이런게 봄이구나.
@롱아 하긴 4계절 여름은 저는 불가능이네요. 4계절 겨울은 오히려 가능할지도…
@2종아키텍 그럴줄알았는데 어젯밤에 폭우가 쏟아져서…그거 오늘 한국으로 간다더라구요?
근데 사진과 동영상이 모두 음침한 느낌적인 느낌…. 흥. 봄 따위.
으흐흐 봄의 저녁이 얼마나 음….따듯시원한데요 ㅋ
으흐흐흐 얼마나 따듯하고 좋았는데요. 동물농장…
봄답아서 어쩌냐…
후딱 여름이 와버려야제..
여름이 두렵소…ㅠㅡㅠ 대전 어떠요? 좋은 카페는 좀 발굴했습꽈?
물 위의 꽃잎이 묘하게 아름답네요
빙글빙글 괜찮죠? 이런거 집에 하나 있었음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