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운동-공사일지(4)

초기의 평면도는 1층은 전면 주차장, 2층은 세를 주는 집을 두었습니다.

1층은 제 사무실로 쓰기로 했습니다. 현재는 꽤 멀리 다녀야 하지만 이사를 하는 시점에서 곧 초등학교에 가는 아들놈의 케어가 필요하기도 하고, 멀리 다니면서 길바닥에 시간을 고정적으로 버리는 게 가장 큰 낭비인가 했습니다.

주차를 몇 대 할 수 있는가? 역시 큰 고민 대상의 하나였습니다. 법적으로 주차해야 하는 숫자가 있지만, 그것 이외에 더 필요한가. 혹은 우리 집에 진짜 몇 대가 주차를 해야 하는 가도 걱정이었습니다. 결론은 아내의 차는 늘 주차하거나 출근을 하고 제 차는 유동적으로 주차해 놓거나 혹은 주차장의 절반만 사용하는 것으로 결정했습니다. (차가 작습니다) 손님의 차를 위한 공간은 사치다! 같은 대지 면적입니다. 그리고 차를 한 대로 줄이고, 다른 한 대의 공간에는 작은 정원을 만들까 했지만, 2층에도 한대 분의 주차가 필요하기 때문에 그 부분은 여지를 남겨두기로 했습니다.

첫 번째 땅 구매을 실패하면서 한 층을 더 높게 짓는 계획을 하고 있었고 필연적으로 2층은 세를 주게 되었습니다.

  1. 욕조가 딸린 좀 넓은 욕실을 가지고 있을 것
  2. 1인 혹은 2인 정도의 주거

를 생각하고 계획을 했습니다. 사실 하나의 원룸에 침대가 숨는 공간을 살짝 넣는 정도가 베스트라고 생각하지만, 부동산 사장님은 전형적인 투룸이 잘 나간다를 주장하고 계십니다.

3층은 욕실과 아이방 2개를 넣었습니다. 아이들 방이 거실이나 부모의 방을 거치지 않으면 나중에 부모 몰래 밖으로 나가서…라거나, 나갔다 와도 인사도 없이 자기 방에 틀어박히는 걱정이 있다고는 하지만, 저도 그렇게 자랐기 때문에 (그래서 이렇게 됐는지도 모르지만) 만약에 그렇다고 해도 그럴 때도 있겠거니 하고 이해하기로 했습니다.

4층은 부엌 겸 거실이 있고 5층은 다락으로 계획했습니다. 한 층에 부엌과 거실이 나눠질 것도 없이 붙어있는 것이 생활의 중심이었으면 했고, 어릴 때는 애들이 다락에 있는 시간도 많지 않을까 했습니다. 하지만 옆집의 일조권의 영향으로 왼쪽에는 발코니가 생길 수밖에 없는 구성이라 이 부분이 좀 망설여 졌습니다. 발코니를 잘 활용할 수 있을 것인가. 차라리 한 층이 조금이라도 더 넓은 게 낫지 않을까? 하고 말입니다.

외부의 형태는 다음과 같았습니다. 장치적으로 곡선도 넣어 보았지만, 모형을 만드는 도중에 이미 질리고 말았습니다.

손으로 대충 그리기 시작하면서 어쩔까 저쩔까 고민하는 대로 만들고,  최대 볼륨이라고 만들어 봤지만 역시 내부 레이아웃을 조정하면서 덩어리가 상당히 뭉개졌습니다. 게다가 대지가 워낙 작아서 어디 한군데 비는 곳 없이 꽉꽉 채워야 하는 상황에서 세로로 이어지는 동선이 이곳저곳으로 분산되어서 쓸데없이 낭비되는 공간을, 수납이라는 이름으로 억지로 채워 넣은 형상이었습니다. 4층에서 5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디자인을 아무리 가볍게 한다고 해도 귀퉁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었고, 반대편으로는 일조권 때문에 잘려 나간 발코니가 있어서, 거실 부엌은 한 층의 면적이 너무 작게 만들어져 있었습니다.

이미 몇 개의 스터디는 지나간 뒤였기 때문에, 이대로 쥐어 짜낼 것인가. 뒤엎고 다시 만들어볼 것인가를 생각하는 시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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