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운동-공사일지(8)

한동안 집이 멈춰 있었습니다. 집을 짓다가 멈췄냐 하면 그런 건 아니고 담당 공무원과 함께 여러 가지 행정적인 미스(절차)들을 일으켜준 덕분에 꽤 지체되고 있지만, 조바심을 낸다고 달라지는 건 없어서 그냥 기다리는 중입니다. 지금은 거친 파도와도 같던 심의가 끝나고 꽤 빠르게 허가가 나왔습니다. 뭐 덕분에 집 안팎을 바꾸고 또다시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그런 비어있는 시간이 있어서 바뀐 부분들은, 우선 1층의 레이아웃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좀 더 복잡하고 벨벨 꼬여있던 레이아웃에서 딱 떨어지는 사각형이 되었습니다.. 되었달까 아직 내부는 결정을 못 했지만 말입니다.

1층의 비포 에프터

뒤쪽의 네모난 공간과 앞쪽의 기다란 공간이 있는데 이 부분을 주차장 겸 작업장으로 생각하면서 열었다 닫았다 할 수 있을까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었습니다만 결론은 앞쪽에 주차를 가로로 하고 사무실은 사각형으로 유지하는 게 활용도 면에서 낫지 않을까 하고 변형했습니다. 홍대에 사무실이 있을 때 안쪽에 나무를 자를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봤지만, 작업장이 있다고 나무를 더 자르고 모형을 더 만들지 않는 것도 알게 되었고, 학생 때부터 모형은 폼보드와 두꺼운 종이를 메인으로 만들고 있어서 말입니다

3층의 비포 에프터

위층의 주거공간은, 집을 누구의 방으로 구분하는 게 아니라 잠자는 공간들, 공부하는 서재라는 식으로 각자의 방이 아닌 용도에 따른 구분을 하는 건 어떤가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들놈이 “나는 내 방도 없고 (문 꽝)” 할 문도 없어서 섭섭할 건가 하는 생각은 좀 하고 있지만 공부하는 공간은 도서관처럼 쓰고 잠자는 공간은 잠만 자고 나오는 캡슐 호텔 같은, 목적을 가진 단순한 장소로 만들었으면 좋겠다 싶습니다. 물론 대부분을 거실과 부엌에서 시간을 보낸다는 전제하에서 말입니다. 나이가 들어서 한밤에 돌아와서 혼자 라디오를 들으면서 친구랑 전화하는 생활이 필요하다면 1층의 회의실에서 친구들이랑 모여서 할 수 있게 회의실 한 칸 정도는 비워두면 되지 않겠습니까?

4층의 비포 에프터

집의 중심이 되는 부엌과 거실도 점점 바뀌고 있습니다. 공사가 끝날 때까진 끝난 게 아니야! 라는 정신으로 바꾸고 있습니다. 직선형의 비어있는 공간을 우선시한 어떻게든 부엌과 거실의 공간을 이어보자는 레이아웃에서 둥근 큰 부엌 공간이 더 크게 자리 잡고 모여서 앉아있을 테이블이 있으면 거기서 뭐라도 하면서 지내는 게 아닌가 하고 까지 변형되었고, 곡선의 카운터 공간이 너무 멋을 부린 거 같아서, 좀 더 효율적이고 마지막으로 좀 더 요리가 잘해 보이는 부엌이 갖고 싶다 라는 버전까지 진행되었습니다.

아직 지어지기까지 몇가지 허들이 남아있지만 그래도 이제는 착공이다! 라는 단계까지 왔습니다. 어떻게든 시작은 되는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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