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운동-공사일지(5)

그동안 시간은 흐르고 흘러 이전의 세입자분들이 모두 이사를 마쳤다는 소식이 들려온 건, 설날을 조금 앞둔 지점이었습니다. 설날에 만날 순 없으니, 설날이 지나서 잔금을 치르게 되고 마음은 더욱 급해졌습니다. 이전의 계획이 아직 확정 짓지 못하고 변경중이었고, 1층의 벽들이 부족해서 레이아웃을 조정해야 하는 부분들을 조정하는 동안 철거공사를 진행해야 했습니다.

우선 철거를 해야 맨땅이 드러나고 그래야 경계측량을 할 수 있는 상태여서 심지어 옆집과의 경계가 어디인지 지금 계획 중인 도면이 대량으로 수정되는 건 아닌지 조심스러웠습니다.

“드디어 철거인가 아아 올 것이 왔구나..” 싶은 두근두근 조심조심 철거였습니다.

<집 안으로 던져진 소주와 교환 할 수 있는 물건들>

집은 완전히 좌우의 집과 붙어있었습니다. “가까이 근접해 있다” 는 뜻이 아닌 문자 그대로 “붙어”있었습니다. 가운데는 그냥 부순다고 하더라도 양쪽 집 쪽을 부술 때는 어쩔 수 없이 사람 손으로 작업을 해야 한다는 결론으로, 첫날은 원래의 기와지붕 위를 덮고 있는 양철지붕이나 집안의 금속을 먼저 분리해서 철거하고 내보냈습니다.

<기존의 기와 위에 각목을 걸고 그위에 다시 양철을 덮어져 있었습니다.>

기존의 기와를 덮고 있는 양철을 떼어 내면서 혹시나 지붕을 떼어내면 옆집과의 틈이 보인다거나 하는 기적을 바랐습니다만 그런 일은 없었습니다. 안쪽의 기와가 드러나면서 옆집과는 그 틈을 누군가 시멘트로 메워버린 콘크리트 빗물 홈통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철거 둘째 날의 거대한 포크레인과 물 뿌리기>

<그렇게 둘째 날의 철거 종료>

긴 긴 세월을 견뎌낸 집이었지만 기계의 힘 앞에선 두시간이면 내부의 공간이 무너지고 납작한 폐허가 되었습니다. 지나다니는 분들은 여기의 한옥이 부서지는 건가 뭐가 들어오는 건가 하고 모두가 한마디씩 하고 지나가서 그 앞에서 서서 혹시나 초등학생들이 지나가진 않나, 민원이 들어오진 않나 하고 하루 종일 서성서성 하고 있었습니다.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